[현중진형/AU] 눈
현중이 살던 마을은 작았다. 조금만 숲을 빠져나가면 넓은 강이 있었고, 그 뒤로 산이 있었는데 일년 삼백 육십 오일 내내 눈이 있는 산이라 만년설산(萬年雪山)이라고 불렸었다. 그리고 그곳엔 옛날부터 유명한 무당이 숨었다는 산이었다. 그 무당의 원망과 비통함으로 산에 항상 눈이 내리는 거라고 마을에는 항상 그렇게 떠돌았었다. 그래서인지 현중은 그곳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겁이 많은 성격도 한 몫 했지만 정말로 귀신이나 설녀따위가 나타난다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현중은 그 산을 불과 두달이 지난 후, 올라야만 했다.
동생의 치료약이었다. 동생은 어릴 적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다.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여동생을 위해 현중은 산 너머에 있는 마을에 있다는 바다를 건너서 쉬러 왔다는 의사를 만나러 갔다. 가는 길이 험하고 눈 때문에 미끄러져 죽을 뻔했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차라리 돌아갈까, 하고 생각했으나 말갛게 웃는 여동생의 얼굴을 보면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올랐을 무렵 눈발이 거세지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현중은 제 낡은 신발 사이로 들어와 발을 적시는 눈들과 거적데기 위로 걸친 모포와 짚을 엮어만든 가리개를 에고 들어오는 바람이 아프기까지 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뽀드득,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눈에 발을 삐끗하는 순간 현중은 눈을 감았다.
아, 이대로 죽는 거구나. 현중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렴풋 느껴지는 온기에 현중은 눈을 떴다.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네.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리던 현중은 꽁꽁 얼어 이제는 감각조차 무뎌진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이었다. 차고, 부드럽기도 한 무언가였다. 힙겹게 눈을 굴리자 시야로 흰 소복이 눈에 들어왔다. 살고싶으니? 참으로 녹녹해지는 목소리였다. 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마주하려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못했다. 손이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윽고 몸이 들려 낯선이의 품에 안겼다. 눈이 부시게 흰 백발, 희멀겋고 핏줄이라도 비칠듯 말간 피부, 그리고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손끝의 온기, 현중은 그의 소복을 꼭 쥐며 몸을 웅크렸다. 살고싶어요, 살려줘요.
눈을 뜨니 허름한 집 안이었다. 나무로 된 벽이 삐걱거리고 방 구석에 작은 초를 켜뒀다. 얇은 이불이 몸을 벌떡 일으키자 스르륵 떨어졌다. 여기가, 어디, 벙찐 얼굴로 현중이 방을 두리번대자 안쪽에서 잠깐의 인기척도 없이 사람이 나타났다. 흰 소복, 현중은 그것을 보고 제가 눈을 감기 전에 보았던 그것을 떠올렸다. 백발의 머리카락이 소록거리며 걸을때마다 춤을 췄다. 마치 그것은 신선의 옷 끄나풀 같기도 했다. 눈동자가 약간 파랗기도 했고, 눈이 내리는 것만 같기도 했다. 현중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누구, 세요....?"
방년 열 두살, 김현중이 처음보는 이를 보며 했던 말이었다.
*
꾸웪
그런 산에서 사는 요괴 종석이랑 마을에 동생을 아끼는 현중이...808)99 역키잡 어때여 존좋아닌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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