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순 크리스마스 남순!
생일 축하해 남순!
흥순 크리스마스!
ㅇㄹ님 생일 축하해여...내사랑.....(할짝
아, 보일러 돌려야 되는데. 이불 안에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은 채 신신당부 하던 목소리를 떠올렸다.‘추우면 바로바로 보일러 돌려. 괜히 돈 아낀다고 안 돌리고 감기 달지 말고.’코를 훌쩍이며 느즈막한 아침을 맞이한다. 바닥이 냉골이라 순간 발바닥을 채 다 딛지 못하고 후다닥 침대 위로 무릎을 끌어안고 잠시 발가락을 꼼질거린다. 하나, 둘, 셋...열개 다 붙어있군. 의미 없는 숫자를 열까지 세고 바닥을 디뎠다. 으, 추워. 총총 발끝으로 살곰살곰 거실로 나가 벽에 얌전히 붙은 보일러에 불을 켰다. 우웅- 작게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몸에 두른 이불을 질질 끌고 저녁에 침대 맡에 던져둔 핸드폰을 확인했다.‘나 오늘 오후에 들어가.’참 너 답게도 단정도 하다. 하품을 찍 하고 거실로 나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노란 빛이 그득한 안은 대부분 반찬통 몇 가지와 거의 다 먹어가는 김치가 전부였다. 김치는 흥수네 누나가 얼마 전에 한 김장 김치 맛 들었다고 가져다 준댔고. 구부정히 숙였던 허리를 펴고 냉장고 문을 살금 닫는다. 관자놀이 부분을 살살 긁다 이내 이불을 놓는다. 박흥수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나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 조금 남았던 마감이나 마저 하고 저녁 장 보러 나갈까.
컴퓨터 앞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고 눈이 뻑뻑했다. 메일로 파일을 보내고 바닥에 팽개쳐진 채인 패딩을 주워입는다. 분명 이거 봤으면 박흥수 잔소리 할 게 뻔했다. 들리지도 않는 잔소리에 괜히 귓가를 박박 긁어냈다.
박흥수 좋아하는 된장찌개, 박흥수 잘 먹던 나물, 박흥수가 해달라고 했던 감자야채볶음. 하나씩 재료를 주워 담다가 손가락을 접어 세며 계산을 해보다 이크, 하고 멈춰 선다. 여기서 좀 더 사면 이번 달 좀 오버네. 이번엔 이것만. 스스로 고개를 주억이며 주머니에서 카드를 확인하고 계산대로 다가갔다. 오늘따라 사람 엄청 많네. 다들 어디 피난가나. 멍하니 입가를 긁고 긴 줄에 어느 세월에 계산하나, 하고 하품을 한 번 더 한다.
저녁밥 먹을 준비까지 끝내놓으면 박흥수가 와야 하는데. 저녁을 마치고 씻기까지 했는데도 안 오는 건 뭐야. 괜히 입술을 쭉 내밀고 소파에 앉아서 소리를 죄다 죽여 놓은 티브이 채널만 의미 없이 꾹, 꾹 바꿔댔다. 뉴스, 개그 프로, 애니메이션, 영화. 그 모든 채널을 돌려대다 그것마저도 지치면 그대로 소파에 몸을 기대 눈을 감아버린다. 박흥수 빨리와라, 빨리와라- 어딘가의 주문마냥 속달거리면.
마법같이네 번의 기계음이 들리고.
네가 온다.
“고남순 보일러 틀었냐아.”
“박흥수 왜 이렇게 늦었어.”
불퉁하게 튀어나가자 손에 파란 제과점 이름이 적힌 박스를 든 채다. 뭐야 오늘 뭔 날이야. 고개를 기웃하면 이마를 툭 소리가 나게 살짝 치고 입술을 가볍게 맞부딪히고는 신발을 벗어 거실로 올라와 식탁에 상자를 내려둔다.
“고남순 생일과 크리스마스 이브지.”
“아.”
“아,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너는 진짜 그 버릇 좀 고쳐. 네 생일을 어떻게 당사자가 까먹어.”
참 진짜 또치 대가리가 너무 작아서 용량이 그게 다 안 들어가? 괜히 툭 시비를 걸 듯 이야기하면서도 뺨을 잡아당기는 손길이 부드러워 입술만 비죽이고 만다. 시비털지마 박흥수 쫓아낸다. 무서워서 무슨 말도 못해. 겉옷을 벗으며 고남순 된장찌개 냄새 나네. 이제 좀 집에 온 거 같네. 하고 히죽 웃는다.
“공룡같애.”
“시끄러.”
“거기 된장찌개 맛 없었어?”
“고남순 된장찌개에 너무 길들여졌어.”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밥 먹고 케이크 따자. 하고 머리를 투박하니 쓰다듬는다. 박흥수 메리 크리스마스. 보일러를 올려 둔지 조금 돼서 그런지 방에 훈기가 가득했다.
으. 글 죤ㄴ나 안 써서 글이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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