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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프레오] 심연

/ 2016. 1. 23. 22:56





재프 렌프로X레오나르도 워치












헬사렘즈 롯트의 밤거리는 아침이나 낮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더럽다. 그러나 아침이건 밤이건 욕망에 충실하고 위험한 인생을 사는 재프 렌프로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기든 아니든 그는 제 욕망만 착실히 풀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평소처럼 주머니에 손을 우겨넣고 삐딱한 걸음으로 밤거리를 걷던 재프는 흰 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이계인이든 인간이든 하나씩 골라잡아 모텔로 데리고 들어가려는 여자들을 훑었다. 지독한 술냄새와 향수냄새에 그의 미간이 저절로 찌뿌려졌다.



물고있던 시가의 끝이 점점 타들어갔다. 재프는 고개를 들어 흐리멍텅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이윽고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섹스가 하고싶지 않은 밤이다. 아마도 그를 아는 누군가가 들었다면 죽을 병에 걸린 거냐며 물어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만 그는 아파 죽을 거 같아도 섹스는 하고싶을 거 같은데 말이지, 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를 등지고 걸어나갔다.






오는동안 중간에 비가 내렸다. 천둥이 요란하게 치며 하늘을 번쩍거리게 했던 탓에 재프는 팔자에 없던 뜀박질을 해야만 했다. 흐린 날은 있어도 비는 안오는 헬사렘즈이건만 드문 일이었다. 손으로 성의없이 물기를 털며 바라본 라이브라의 사무실은 불이 죄다 꺼져있었다. 늦은 저녁에 경첩이 울리는 소리가 으슥하게 나버리는 바람에 당황할만도 했지만 재프는 태연했다. 전면창으로 비가 창문을 타고 내려가며 바닥과 소파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소리가 나지 않게 가까이 걸어간 재프는 소파 위를 차지한채로 잠들어있는 레오를 주시했다.




'미셸라를 위해서, 제가 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저는 미셸라를 위해 살겁니다.'




온몸과 눈가에 붕대를 감아놓고서도, 뼈가 부러지고 피를 토했던 주제에 건방진 녀석. 재프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대차게 레오를 까대었다. 건방졌다. 정말로. 재프는 레오의 그런 성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건방지고 작고, 연약하고 신체능력도 거의 없는 라이브라의 짐덩이만도 못한, 그저 눈만 좋은 일반인이. 여동생을 위해서 제 목숨 하나 쯤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는 녀석이 달가울 리 없었다. 조금 더 소중히 해주면 좋으련만. 물론 레오를 험하게 다루는 재프 자신이 할 말은 아니었으나 재프는 나름대로 그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레오에게는 충분히 불친절함이긴 했지만 말이다.




"등신 같은 게."




낮게 뇌까린 단어가 스스로에게 돌아간듯 했다. 재프는 한쪽 눈썹을 찌푸리고 손을 뻗었으나 그대로 멈춰야만 했다. 쿠르릉, 사무실이 번쩍 빛나고 순식간에 암전되었다. 얕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모로 누워있던 몸이 웅크러들었다. 재프는 레오가 울고있음을 짐작했다. 미, 셸, 라... 드문드문 나오는 단어들을 이어보면 그의 동생의 이름이었다. 질리도록 들리는 그 이름이 그에게 있어서 어느정도의 절망이고 죄책감일지 솔직히 재프 렌프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혹독한 인생관과, 특유의 감정부진 때문인지는 알수없지만 아마도 가치관의 차이가 아니냐며 스티븐은 일침했다.




"미셸, 라...."




미안해. 유약한 목소리가 파르륵 떨리고 있었다. 몸을 뒤척인 레오가 천정을 향해 돌아누웠고 이윽고 눈을 떴다. 때마침 얼굴을 가까이 한 재프와 정면으로 얼굴을 맞닥뜨리자 비명을 내지르며 시야셔플을 당할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외려 뺨으로 손이 닿아오더니 빛, 반짝거려, 미셸...라...? 흐릿하게 뜨여졌던 눈동자가 물기에 젖어 기이하게 빛났다. 마치 하늘의 그것처럼 시린 색의 눈동자가 이윽고 선명히, 동그랗게 떠지자 마자 키이잉, 하고 기묘한 소리와 동시에 재프의 시야가 어지럽게 돌아갔다. 우왁, 와아아악! 나 죽는다고! 토나와! 바닥에 자빠져 두 눈을 감싼 재프가 크게 외쳤고 그 외침이 닿고나서야 재프는 정상적인 시각으로 돌아왔다.




"이 빌어먹을 음모머리...눈알이 빠질 거 같아."

"그, 그러게 누가 그렇게 가까이 있으래요? 애초에 자다 깼는데 재프 씨 같은 사람이 눈앞에 떡하니..."
"있으면 감사한거지, 인마. 이 재프 렌프로 님 같이 잘생긴 얼굴을 깨자마자 본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미천한 너에게 몸소 깨닫게 해주지."




과장된 톤의 목소리에 결국 레오가 두손을 들었다. 뭐, 얼굴정도는 인정해 줄게요. ss선배. 언제 울었냐는 듯 태연한 표정의 레오를 보고있자니 재프는 속이 답답해졌다. 언제부턴가 레오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서 마치 체한 것처럼 꾹 막힌 기분이 들었다. 그는 제 머리를 거칠게 헤집고는 답이 나오지 않는 감정을 내려두고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을 시행했다. 자다 깨서 어정쩡하게 앉아있는 레오를 번쩍 들어 돌지난 갓난쟁이를 안듯 품에 안고 얇은 이불을 발끝으로 툭툭 치워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적에 레오가 의문을 가득 담고 묻는다.




"에, 에? 재프 씨 지금 우리 어디가는 거에요?"

"어디긴, 이몸의 집이시다. 미련한 음모머리여."
"그거 어디사는 왕 노릇인가요. 그만둬주세요."
"자꾸 말대답하네. 실눈 꼬맹이가. 울려버린다."




저질농담! 기겁을 하는 레오의 등을 토닥토닥, 투박한 손길로 두드린 재프는 그냥 울었으면 좋겠네─ 라고 생각하며 라이브라 사무실을 나섰다. 하늘은 비가 온 적도 없다는 것 마냥 개어있었다. 너의 그 절망이 어느정도인지 나는 상상할 수없지만, 다만 나는 너를 위로해줄 순 있겠지.












*

쓰레기 재프도 좋지만 레오에게만은 다른 재프도 참 좋져 'ㅁ')9 여러분 쟆레 냥냥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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